[제377호] 갈등을 관리해야 할 한국 정치는 왜 심각한 갈등을 발생시키고 있는가?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24.06.28 | 조회수: 220

 

 

                     [제377호] 2024년 6월 30

 

                발행인: 가상준  편집인: 임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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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쟁해결 칼럼


갈등을 관리해야 할 한국 정치는 왜 가장 심각한 갈등을 발생시키고 있는가?

임재형 교수(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4년마다 반복되어 온 국회 원구성과 관련된 여야 간의 정치갈등이 제22대 국회 출범과 함께 어김없이 재현되었다. 이번 제22대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전체 300석 중 108석, 범야권이 192석을 차지하는 등 야권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원구성 협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여야 간의 정치갈등이 증폭될 것이라는 시민들의 예상이 적중한 것이다.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입법부인 국회는 정당을 통해 시민들의 다양한 의사와 이해관계를 결집하고 반영하여 국가기관의 정책과정에 필요한 법률을 제‧개정하는 등 입법활동을 통해 사회갈등을 관리하는 국민의 대의기관이다. 따라서 국회의 입법과정에는 시민들의 다양한 의사와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으며 정당 간, 국회의원 간 치열한 토론과 협상이 이루어지고 때로는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다수결의 원리에 의해 법률안이 제‧개정되거나 폐기된다. 


 이렇듯 입법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당 간, 국회의원 간의 토론과 협상 및 갈등은 본질적으로 갈등을 위한 갈등이 아니라 사회속에 존재하는 갈등을 해결하고 관리하거나 향후 발생 가능한 갈등을 예방할 수 있는 입법을 위한 절차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지탄받는 것은 이러한 입법을 통한 갈등관리기관으로서의 기능보다는 오히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갈등을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는 2008년부터 매년 ‘갈등 및 분쟁에 관한 시민인식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다양한 설문 내용 중 하나가 “올해 우리나라에 있었던 갈등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이다. 그런데 2023년 12월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도 한국 사회에서 발생했던 갈등 중 시민들이 가장 심각하게 인식한 갈등은 19.6%의 응답률을 차지한 ‘정치갈등’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두 번째로 심각했던 갈등은 ‘이념갈등’과 ‘학교폭력 및 교사 자살 등 학교 관련 갈등’으로서 동일하게 16.9%를 차지하였다. 이처럼 시민들은 갈등을 관리하는 역할보다는 반대로 갈등을 발생시키고 있는 국회를 불신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따라서 국회가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본연의 역할과 기능에 충실해야 하는데, 이미 국회는 이러한 역할에 필요한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즉, 사회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기관은 공정성과 중립성은 물론 갈등관리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공정하고 효율적인 협상 원칙을 수립해야 하고, 갈등당사자 간의 합의 결과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감시하고 때로는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하는데, 국회는 이러한 제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국회는 최고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가장 상위의 권위체이다. 따라서 국회는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시대정신을 반영한 입법활동을 바탕으로 사회갈등을 해결하고 관리함으로써 한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주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치가 본연의 역할을 회복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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