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3호] 의대 증원 갈등의 이슈와 쟁점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24.02.29 | 조회수: 203

 

 

                     [제373호] 2024년 2월 29

 

                발행인: 가상준  편집인: 임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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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쟁해결 칼럼


의대 증원 갈등의 이슈와 쟁점

임재형 교수(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문재인 정부 시기였던 2020년에 이어 4년여 만에 정부-의료계 간의 ‘의대 증원 갈등’이 재현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월 6일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기존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고, 2035년까지 의사 인력 1만명을 확충할 방침이라고 밝힌 데 대해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대 정원은 1998년 3,507명까지 확대되었으나,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의료계의 의견을 반영해 2006년부터 현재의 정원을 유지하고 있다. 


의대 증원 갈등은 지난 2020년 7월 매년 400명씩 10년간 총 4,000명을 늘려 의사 인력을 추가 확보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의사들은 전공의들을 중심으로 집단휴진 등 총파업에 돌입했고, 의대생들은 의사국가고시 거부 등 강력하게 대응했다. 그런데 이 시기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정부와 의료계는 코로나19 확산이 안정되는 시점에 이 문제를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의료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파업에 나서면서 의료대란이 일어나자 보건복지부와 의료계는 ‘9.4 의정 합의’를 통해 ‘의대증원, 공공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의 발전적 방안에 대해 향후 ‘의정협의체’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 시기와 같이 의료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에서 또다시 의대 증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의 주장에 따르면 첫째, 주요 국가들이 의대 정원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영국, 프랑스 등은 현재 인구당 의사가 많은데도 선제적으로 더 많이 늘리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27년간 정원이 묶여 있다는 것이다. 둘째, 부족한 의사 인원을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는 2035년이 되면 15,000여 명이 부족해지는데 2025년부터 2,000명씩 증원하게 되면 2031년부터 이 인원이 배출되고 2035년까지 1만 명 수준에 이르게 되는데, 이는 2000년대 의약분업 이후 정원 감축으로 배출되지 못한 인원과 비슷한 규모가 된다는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 의사 수는 국민 1,000명당 2.6명으로 OECD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가장 적은데 2,000명씩 증원해도 2.3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민 1,000명당 OECD 평균 의사 수는 3.7명이며, 프랑스와 영국은 3.2명, 미국은 2,7명, 그리고 일본은 2.6명으로 이러한 수준이 되려면 증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국민 대다수가 의대 정원에 찬성하고 있고, 1년 넘게 협의한 결과라는 것이다. 먼저, 2023년 말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10명 중 8명은 의대 증원에 찬성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의대 증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 각층과 130차례 이상 소통하는 과정에서 증원 규모는 전문가 및 대학 등과 긴밀하게 협의해서 결정했고, 특히 2035년까지 1만 명을 확충하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첫째, 현재 우리나라의 의사 인원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의 의사 인원은 의료체계가 비슷한 일본(2.6명)이나 미국(2.7명)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데, 특히 의료접근성이나 1인당 외래 진료 횟수 및 입원 일수 등 다른 지표의 경우 OECD 상위권이라는 것이다. 둘째, 미래의 의사 수도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내 인구가 고령화되고 있고 고령 의사들도 은퇴하게 되면 향후 증가하는 의료서비스 수요에 부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세계 최저 수준의 저출생으로 인해 국내 인구 자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인구당 의사 수가 크게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셋째, 의료 불균형 문제 해결에 대한 정부와 의사들의 견해 차이를 들 수 있다. 현재 정부와 의료계가 공감하는 의료문제의 핵심은 먼저, 의사들의 지방 이탈과 수도권 집중, 다음으로 피부과, 성형외과 및 안과 등에 대한 선호에 따른 쏠림현상과 내과, 외과, 소아과 및 산부인과 등에 대한 비선호에 따른 필수의료가 약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정부는 의대 증원, 수가 조정,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 완화, 공공의대 설립 등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의대 졸업생이 증가하더라도 수도권과 인기과 선호 현상은 지속될 것이며, 필수의료 분야를 전공해도 결국 선호과인 피부과, 성형외과 등에 종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넷째, 의료교육 부실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의학 교육은 임상 교육과 실습이 매우 중요한데, 의대 정원이 갑자기 2,000명이 늘어날 경우 교육 인프라를 준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의대 증원 문제는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현재의 문제이면서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우리나라 미래의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와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에 쉽게 합의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니다. 그리고 미래 우리나라 인구구조,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 건강보험과 사보험 문제, 의대교육의 질 등 다양한 이슈와 쟁점이 얽혀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국민들이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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