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는 공공정책을 수립·추진하는 과정에서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지역주민 및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집단의 충돌 빈도가 매우 높을 뿐 아니라 갈등의 강도 또한 매우 심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범국가적 차원의 체계적인 갈등 대응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합리적 갈등관리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공공갈등의 예방이나 해결을 위한 근거 법률은 없으며, 현재는 2007년 5월 13일 제정된 대통령령인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에 근거하여 관련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그동안 공공갈등의 예방 및 해결을 위한 근거 법률 제정을 위한 노력이 제17대 국회부터 제20대 국회까지 지속해서 진행되어 왔지만, 각각 임기 만료 등으로 폐기되었으며, 현 제21대 국회에서도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 및 해결에 관한 법률안(박주민의원안), 갈등관리기본법안(송재호의원안), 갈등관리기본법안(정부안), 공공갈등 예방과 해결을 위한 기본 법안(이명수의원안) 등이 제출되어 계류 중이지만 곧 임기 만료 폐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갈등관리기본법 제정 논의는 2004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통령실 산하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 만들어진 ‘갈등관리기본법안’이 국무조정실을 거쳐 2005년 5월에 국회에 제출되었지만 입법은 무산되었고, 차선책으로 대통령령인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으로 축소 제정되었다. 그러나 모법이 없는 상태의 대통령령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법 제정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경주되어 왔다. 오랜 시간 동안 갈등관리기본법 제정을 위해 국회의원들의 입법 발의뿐 아니라 갈등 관련 학회와 전문가들이 갈등관리기본법의 신속한 제정의 필요성을 무수한 세미나와 공청회, 그리고 연구를 통해 호소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이러한 아직도 입법이 요원하다는 점이다.
이제는 갈등관리기본법의 입법 시도가 왜 좌절되어 왔는지 그 이유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왜 입법이 되지 않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누가 입법을 원하지 않는지 등을 관련 학계와 전문가들의 차분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까지 공공갈등의 예방 및 해결을 위한 근거 법률은 주로 갈등관리기본법 제정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여왔다. 그러나 기본법으로 법률을 제정할 경우, 법 제정에 대한 과도한 의미부여와 함께 이에 대한 거부감 및 우려 또한 배가될 수 있다. 기본법은 특정 분야에서 제도·정책에 관한 이념, 원칙, 기본방침, 내용의 대강을 제시하고 다른 법률의 모법이나 지침으로서 역할 하는 법으로, 법 제정의 취지로 볼 때 갈등관리기본법 제정이 합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본법 제정이 가진 무게로 인하여 법 제정에 대한 반감과 우려 또한 배가될 수 있어 이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더불어 대통령령인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이 비록 제한적이지만 갈등관리제도로 정착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정착되어 가고 있는 기존의 갈등관리제도의 규범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는 측면에서 단순 ‘상향입법’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본법으로 추진하기보다는 일반법(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법률)으로 추진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것도 신중히 고려해 볼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절박한 마음을 갖고 낮은 자세로 공공갈등의 예방 및 해결을 위한 근거 법률 제정이라는 목표에 집중하여 법 제정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용적 측면에서 보면 갈등관리의 새로운 시도들(예를 들면 공론화)을 망라하기보다는 공공갈등관리의 기본에 더욱 초점을 맞춘 접근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