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2호] 공공갈등의 이념화 현상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24.01.30 | 조회수: 205

 

 

                     [제372호] 2024년 1월 30

 

                발행인: 가상준  편집인: 임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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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쟁해결 칼럼


공공갈등의 이념화 현상

가상준 교수(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분쟁해결연구센터 소장)

  

    공공갈등 이념화 혹은 정치화는 학문적으로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지만 현장에서는 많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개발정책 혹은 입지선정과 같은 정부의 커다란 사업에 대해 정치적 반대 세력의 반발이 갈등의 정치화 현상을 가져온다. 일반적으로 이념갈등 그 자체를 공공갈등의 이념화 현상이라 말하지는 않으며, 이념갈등이 아닌 환경갈등, 계층갈등 등으로 시작한 갈등이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개입되면서 이념적인 대립으로 전환되었을 때 공공갈등의 이념화 혹은 정치화가 나타났다고 말한다. 물론 공공갈등의 특징상 환경 관련 시민단체가 개입함으로써 진보세력과 정부 간 대립으로 전개되는 경우는 이전에도 발생했지만, 이념갈등이 아닌 공공갈등에 이념성향이 강한 시민단체들뿐만 아니라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전국적 이슈로 발전되고 갈등이 심화되는 현상은 최근에 그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제주도 해군기지를 둘러싼 갈등, 밀양 송전탑 갈등, 성주 사드기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이러한 현상의 대표적인 예라고 말할 수 있다. 제주 해군기지와 성주 사드기지는 군사시설 입지선정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이념적인 대립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처럼 전국화되고 장기간 지속될 거라고 예상하지는 못하였다. 


공공갈등의 이념화 현상에는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이 있는데 무엇보다 지역에서 시작한 갈등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면서 전국화된다는 점이다. 또한, 해당 지역 이해 당사자들만으로는 정부와 대립하는 것이 역부족인 상황에서 제3자 외부세력이 개입된다는 점이다. 갈등의 당사자가 아닌 제3의 외부세력이 강한 이념적인 성향을 띠면서 갈등의 양상이 이념 대립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는 갈등해결은 이전보다 더욱 어려워진다. 물론 이념화되는 공공갈등과 그렇지 않은 공공갈등을 명확하게 구분 짓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입지선정, 개발, 정부와 지역 주민 간 대립, 군사시설, 그리고 환경문제 등의 특징을 다량 내포하고 있을 때 공공갈등은 더욱 손쉽게 이념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공공갈등 이념화 현상이 심화된 배경에는 정치 엘리트들의 정치 양극화 그리고 유권자들 간 나타나고 있는 정서적 양극화(affective polarization)를 들 수 있다. 공공갈등의 이념화가 공동체의 파국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이에 대한 관심과 이념에 기반한 문제인식을 약화시킬 수 있는 기제의 마련이 적극적으로 요구된다. 우선적으로 생각해볼 방안은 공공갈등의 피해 당사자 중심의 논의와 문제해결 방식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해당 사안에 대한 전문가 집단의 분석과 이에 기반한 당사자들 중심의 논의, 그리고 여기에서 파생된 해결방안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참고) 본 원고의 내용은 “공공갈등의 이념화 현상에 대한 연구: 당파성에 따른 갈등인식(가상준·유성진 2023)” 논문을 기초로 작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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