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묻지마 범죄(이상동기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들어 아무 이유도 없고 잘못도 없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폭행, 살인 등의 범죄가 확산하는 것이다. 이러한 범죄는 예상할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기 때문에 그 결과는 더 끔찍하며 사회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묻지마 범죄자들은 처벌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자포자기 심정으로 범행을 저지르기 때문에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인다고 해도 효과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범죄자들의 연령이 20대와 30대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취업의 어려움 등으로 인하여 고립된 청년들이 많아진 것과 묻지마 범죄 확산이 관련성이 있다는 것이다. 2019년 청년인구의 3%에 달하는 34만여 명이었던 고립 청년이 2년 만에 20여만 명 증가하여 청년인구의 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웃 국가인 일본도 2000년대 초 묻지마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면밀한 분석 결과 절망과 고독이 근본 원인이라고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일본은 전국 곳곳에 은둔형 외톨이 지원센터를 마련하고 정부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일본을 참고하여 정부 지원 기관을 마련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러한 대책 마련은 범죄율을 일시적으로 낮출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할 수는 없다. 묻지마 범죄의 밑바탕에는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 사회적 편견과 좌절 및 개인적 차별 등에서 비롯된 분노와 증오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차원에서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소득의 양극화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계층의 격차가 커질수록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는 다수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한국 사회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소득의 불평등 구조가 공고해지고 있다. 이에 더하여 청년실업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애와 결혼, 아이를 갖는 것을 포기한다는 ‘삼포세대’라는 용어가 등장하기도 하였다. 또한 부의 불평등이 교육 불평등으로, 교육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으로 이어지면서 빈곤의 대물림이 확산하고 있다. 묻지마 범죄가 증가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가 공고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묻지마 범죄의 근본 원인인 불평등 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 마련과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