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호]분쟁칼럼: [시론]누구를 위한 산별노조인가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06.06.30 | 조회수: 1981
[제8호] 2006년 6월 30일
발행인: 김태기 편집인: 이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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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칼럼
[시론]누구를 위한 산별노조인가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 노조가 산업별 노동조합(산별노조·産別勞組)으로 전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에 복수노조 허용.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이 되면 노조의 존립마저 흔들릴 수 있다면서 조합원을 설득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사용자측은 산별노조가 되면 파업이 증가하고.중앙단위 교섭에 지역별 지부별 협상이 추가돼 2중.3중의 교섭부담을 안게 된다면서 위기감을 토로하고 있다. 산별노조로의 전환에 대해 노사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지만 일반 사람들은 산별노조라는 단어 자체부터 생소할지 모른다. 동일 산업에 속한 여러 개 기업노조가 하나의 노조로 되면 산별노조가 된다. 노동운동가.특히 정치적 이념을 지향하는 노동운동가에게는 산별노조가 매력적이다. 지역이나 기업.공장 등에 지부나 지회를 만들어 조합원들을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움직여 정치적인 힘을 보여줄 수 있고.사용자측과 교섭할 때 파업의 위력도 키울 수 있다. 일반 조합원들에게 산별노조는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손해도 입힐 가능성이 크다. 조합원들은 산별노조가 출범하면 임금인상을 보다 쉽게 달성하리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저성장에 맴돌고 개방화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희망으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및 근로조건의 차이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달리 크고 더군다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하청관계가 남용되고 있어 더욱 그렇다. 산별노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대기업 조합원들은 열악한 중소기업의 사정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임금인상 등에서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대기업 조합원들이 이를 수용하기 보다는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산별노조의 임금인상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입장에선 그만큼 경영환경이 악화될 것이고. 결국 문을 닫는 회사까지 나올 수 있다. 중소기업 노조의 조합원들은 처음에는 산별노조 전환의 달콤한 논리에 솔깃하겠지만 나중에 가면 실직의 위험만 커졌다는 점을 뒤늦게 깨닫게 될 것이다. 실제로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오랫동안 산별노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성과가 적었다. 이러한 노력에 대해 산별노조 전환의 성패여부를 쥐고 있는 대기업 노조 조합원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노동부 통계를 보면 산별노조에 소속돼 있는 조합원은 2006년 6월 현재 25만명 정도로 전체 조합원 175만명 중 14% 정도에 그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수출비중이 높은 현대차나 대우조선 등의 노조에서는 산별노조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무산된 적이 있었다. 반면 산별노조는 보건의료.택시.대학 등 외국과의 경쟁이 차단(遮斷)돼 있는 내수산업이나 규제산업에 몰리고 있다. 선진국의 노동운동 경험을 봐도 산별노조 전환은 전망이 밝지 않다. 노동운동의 산역사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은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노조가 산별체제에서 기업별 체제로 바뀌었고 그 이후 일자리가 증가했다. 취업난(就業難)에 시달리고 있는 독일은 뒤늦게 산별조직과 산별교섭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산별노조 권한의 분권화와 교섭형태의 다양화 등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제조업에서 여전히 세계 최강의 자리에 있는 일본의 경우 산별노조전환은 아예 논의거리조차 되지 않고 있다. 경제활동 범위가 국내에서 전 세계로 확대되고.소비자가 생산을 끌어가며.신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개발되는 상황에서 기업과 근로자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속하고도 유연(柔軟)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산별노조운동은 이러한 시대변화를 저지할 수 없으며 오히려 노사가 다 같이 무너지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기업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과 문화를 살려 각각의 노사가 자신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힘들게 살아가는 이 시대의 노동자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 될 것이다. [김태기 / 단국대 교수·경제학] 한국경제신문 2006/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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