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4호] 흑백갈등까지 해결한 것은 무엇이었는가?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20.11.04 | 조회수: 757

 

 

 

                     [제334호] 2020년 10월 31


                발행인: 가상준  편집인: 전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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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쟁해결 칼럼


흑백갈등까지 해결한 것은 무엇이었는가?

 

미국에서 가장 구조적이고 폭발성이 강한 갈등은 흑백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그런 모습이 다시 뉴스에 보도되고 있다. 게다가 아이들의 교육과 관련되어 있다면? 그 긴장감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이다. 이런 갈등까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작년에 개봉한 한 영화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준다. 1970년대의 미국. 남부의 한 마을로 관객을 초대하면서.

 

어느 날 흑인 아이들만 다니던 초등학교가 불에 탄다. 그나마 덜 탄 교실들에서 2부제 수업을 해 보지만, 그을음 냄새가 계속 난다. 흑인 커뮤니티에서는 백인학교와 흑인학교를 분리하는 정책을 철폐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상당수 흑인들의 관점에서 보면 식당을 분리하고, 화장실을 분리하는 것이 잘못된 것처럼, 학교를 분리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상당수 백인들의 관점에서 보면 다 양보해서 이제 학교 하나 남았는데, 흑인 아이들이 백인 아이들 옆에 앉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갈등관리에서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윈-윈이 불가능한 상황.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절반의 시민들은 불만인 상황에서, 해당 건에 대해 소송이 제기되고, 판사는 이 문제와 관련해서 자문을 받아 갈등관리 전문가 리딕을 섭외하게 된다.

 

리딕이 처음 한 일 중 하나는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두 그룹에서 가장 강경한 두 사람에게 공동의장이 되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선입견으로 보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런 강경한 사람들을 찾아갈 게 아니라, 합리적이고 원만한 사람들을 찾아가는 것이 좋아 보인다. 그러나, 갈등관리의 관점에서 보면, 문제 해결의 열쇠는 이들에게 있다. 이들의 역할을 적대적인 두 선봉장에서 공동의 문제 해결자로 바꾸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물론 이들이 처음부터 공동의장 역할을 흔쾌히 수락한 것은 아니다. KKK단의 해당 지역 지부장이기도 한 백인 남성과 흑인 여성 운동가였던 이 둘은 서로 같은 자리에 있기도 싫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딕은 이 둘에게 그들이 공동의장직을 수락 안 할 경우라도 이 커뮤니티 토론회는 진행될 것이며, 그렇게 도출된 결론도 판사에게 제출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커뮤니티 토론회에서 투표권을 가진 사람을 선정하는 절차도 주목해 볼 만하다. 예비 배심원의 조건으로 KKK단이 아니어야 한다는 점과 흑인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어야 한다는 점이 제시되었다.

 

그 후 이 예비 배심원 리스트는 흑백 두 리더들에게 제공되었고, 그들은 예비 배심원 일부에 대해서는 제척하는 권한을 행사해서, 최종 배심원단 12명을 구성했다. 이와 유사한 방식은 우리나라에서도 2017년 이후 실시되는 여러 공론화 방식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대표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활용된다.

 

비록 양측을 대표하는 두 명이 공동의장으로 참여하고, 그들도 배심원으로서 1표씩을 행사하지만, 절대 다수인 10표는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일반 시민들로부터 무작위로 뽑힌 사람들이 행사한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백 명 단위에서 공론화를 하는 우리 관점에서 보면 12명은 너무 작은 숫자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정말 많은 시간을 이 문제를 풀기 위해 투자한다. 우리가 때로 이기고, 때로 진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다소 숫자가 적어도 수용 가능할 것이다. 물론 우리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항상 이기는 게임을 하고 싶을지 모르지만.

 

참고: 저자의 중부일보(20201027) 칼럼에 게재한 바 있는 내용임

 

전형준 교수(samjeon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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