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우리 사회에서는 갈등을 피해야 할 문제로 보고, 갈등을 일으키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렇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아무런 갈등이 없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사람들이 서로 생각이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갈등과 관련해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나의 생각과 다르다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어떤 방법으로 해소하려고 노력하느냐에 있다고 본다.

갈등에 대해 시민들이 긍정적인 인식을 갖기 위해서는, 바로 이 갈등해소를 위한 접근이 중요하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상대방을 윽박지르거나,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높임으로써 갈등을 해소하고자 한다면 상대방이 그에 대해 좋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최근 광주광역시와 나주시 간에 여러 현안을 실무 협의체로 풀어가기로 한 것은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지방자치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역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에, 이웃한 지방자치단체와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문제에 있어서 갈등이 증가하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그동안은 갈등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서로 상대방에게 자신의 입장만을 얘기한다든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방치함으로써 공공성이 강한 사업들이 지연되거나 어려움을 겪는 일이 적지 않았다.

이웃한 지방자치단체들 간에 단체장들이 공식·비공식적으로 만남을 갖고, 다양한 현안을 대화로 풀어나갈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양 지역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대화가 없을 때는 정해진 파이를 누가 더 많이 가져갈 것인가를 놓고 서로 자신이 더 가져야 한다고 싸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대화가 진행된다면, 특히나 1회성이 아니라 여러 차례에 걸쳐 대화를 이어간다면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게 되고, 그 해법들 중에는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창의적인 해법도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기지 첨언하고 싶은 것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논의가 있을 때, 논의의 내용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논의의 절차와 방식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지만, 커뮤니케이션의 차원에서 본다면, “‘아’와 ‘어’를 모두 논의한다 하더라도 ‘아’를 먼저 논의할지, ‘어’를 먼저 논의할지에 따라 분위기가 확 달라질 수 있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물론 서로가 우호적이고 상대에 대한 이해가 깊다면, ‘아’를 먼저 말하든 ‘어’를 먼저 말하든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갈등 상황은 다르다. 왜 저 사람은 ‘아’를 지금 얘기하고 있을까 등 상대의 의도에 대해 오해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갈등을 풀어감에 있어서 대화는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힘으로 충돌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게 여겨진다. 어렵게 시작된 광주광역시와 나주시의 대화가 소중한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참조: 광주일보(2019년 3월 28일), 전남일보(2019년 3월 27일), kbc광주방속(2019년 3월 26일)

<전형준 교수(samjeon20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