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8호] [분쟁해결 칼럼]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농촌 지역 사회의 갈등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18.10.12 | 조회수: 687

 

 

 

                     [제298호] 2018년 10월 15일


                발행인: 가상준  편집인: 임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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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농촌 지역 사회의 갈등

  

하나가 된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마음이 맞고 일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이미 하나가 되기 어렵다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억지로 하나를 만들 것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 가운데서 협력과 상생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촌 사회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과거에는 하나의 마을이었을지 모르나, 이제는 귀농·귀촌 가구가 늘면서 다양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통계청 자료 등에 따르면, 귀농인구는 20104천 가구가 채 안되었던 것이, 2013년 약 1만 가구를 넘어섰고, 2015년 이후 12천 가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귀촌인구도 늘었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귀농·귀촌자의 전형적인 모습은 과거 경기도에서 자영업을 하던 사람들이다. 50대의 대졸 남성이며, 귀농·귀촌을 하기 전에 6개월에서 1년 정도 사전 준비를 했다. 그들이 귀농·귀촌을 한 이유는 조용한 전원생활을 하기 위해서이지만, 도시 생활에 회의를 느꼈던 점과 농업이나 관련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도 어느 정도 있었다. 현재 거주하는 지역을 선택한 이유는 고향이라서가 아니라 자연 환경이 좋아서이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 참조).

 

그렇다면 기존의 마을 사람들의 눈에 비친 귀농·귀촌인들의 모습은 어떠할까? 마을 사람들은 그들에 대해 특별히 호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호감도를 숫자로 표현한다면 5점 만점에 3.18점으로 보통 수준이다. 귀농·귀촌인들이 마을이나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정도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라고 보고 있지만(평균 2.77), 귀농·귀촌인들이 마을에 끼치는 영향은 다소 긍정적(평균 3.24)으로 보고 있다. 귀농·귀촌인들을 위해서 마을이 별도의 노력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5.7%), 귀농·귀촌인들이 주도하는 마을사업이 있다면 협력할 의사를 가지고 있다(81.8%).

 

얼핏 보기에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은 이 두 집단 간에 최근 크고 작은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기존 마을 주민들 3명 중 한 명은 귀농·귀촌인이 불필요한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기존 주민들의 자존심과 자부심에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23%에 이르렀다. 귀농·귀촌이 지역공동체 의식을 약화시켰다는 의견(27%)도 적지 않다.

 

이런 문제는 귀농의 첫 순간부터 시작될 수 있다. 50대 남자가 어느 마을에 처음 간다. 조용한 전원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지역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땅을 알아보고 집을 지었다. 집이 완성되고 가족과 함께 입주했다. 주변에는 드문드문 민가가 있지만 아무도 아는 사람은 없다. 이 상황에서 그는 무엇을 가장 먼저 해야 할까?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이 남자가 마을 이장을 찾아가서 인사하거나, 마을 이장이 이 남자를 찾아와서 인사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문제가 별로 없으리라는 신호로 보면 된다. 가장 안 좋은 시나리오는 누구도 상대방을 안 찾아가는 것이다. 남자는 마을 이장이 누군지를 모르기 때문에, 마을 이장은 당연히 새 입주자가 찾아오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물론 귀농·귀촌과 관련된 농촌 지역의 문제는 다양하다. 어느 지역에서는 농사에 필요한 물길이나 집을 둘러싼 울타리가 문제가 되기도 하고, 어느 지역에서는 가로등을 누구 부담으로 세워야 하는지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마을 회비가 문제가 되기도 하고, 마을 상수도 사용료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어느 정도의 교육에도 불구하고 귀농·귀촌인들이 오랫동안 익숙했던 개인주의적인 문화는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기존의 마을 주민들도 귀농·귀촌인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에 대해 낯설 것이다. 상대방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게 하나의 방법이지만, 그게 어렵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아예 싸우지 않는 가족보다, 싸우더라도 금방 화해할 수 있는 가족이 더 현실적일 것이다.

 

<전형준 교수, samjeon2000@hanmail.net>

 

참조: 저자의 경기일보(201893) 게재 칼럼에서 일부 문구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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